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1 데날리 Mt. Healy 등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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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맛보고자 야생의 나라 알래스카로 날아왔습니다. 앵커리지 공항에 내리니 로비에서든 입구에서든 알래스카에서 쉽게 볼수있는 야생동물상들이 세워져 있어 더욱 실감나게 하는데 을시년스런 일기에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날리고 구름이 낮게 깔려있습니다. 아직도 여름 시즌인데도 늦가을 느낌이 싸하게 느껴지며 시야에 가득 차는 앵커리지를 병풍처럼 싸고있는 날카로운 산들과 그 아래로는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새들이 마지막 계절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여정을 깊숙한 대자연 속에 묻혀서 진행하게 해줄 RV(캠핑카)를 픽업하고 짐들을 간추려 수납공간에 빼곡하게 채우고 먹거리 쿨러에 채워 출발. 간밤에 미리 비를 다 내려준 푸른 하늘이 우리의 앞에 나서 길을 인도합니다. 늘 그렇듯이 우리 동행들이 24시간 함께 지내며 정을 도탑게 해주는 팬션형 숙소를 얻어 환영의 소연을 베풉니다.   세계 각처 어디를 가나 지구촌 어느 오지를 가나 변함없이 전일정 한식을 고집하는 나의 취향과 지침을 아는지라 또 여기에 매료되어 우리 미주 트레킹의 단골 동행이 되신 분들이 반찬들과 식자재를을 풀어놓는데 한살림 가득 풍성합니다. 그런 그들을 맞이하며 현지의 지인께 부탁하여 준비한 그 유명한 알라스카 산 붉은 연어와 메칸리 산 고사리를 넣어 끓인 육개장을 내어놓습니다. 현지에서 막 빚어낸 제법 도수놓은 흑맥주와 여성들을 위해 와인을 내어놓으니 답례로 내가 좋아하는 빨간 뚜껑의 소주도 한가방 내놓습니다. 오늘의 주요리는 단연 레드 살몬. 야생의 이 연어는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첫 무리를 잡은 것. 그 만큼 강력한 힘이 인정되는 최고의 것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별미는 회를 뜨고 남은 껍데기와 대가리 그리고 갈비. 살짝 찹쌀가루 묻혀서 살짝 간해 바싹하게 튀겨내면 안주로 일품입니다. 서로 자기 소개하고 안부를 묻고 수런수런한 트레킹 여행 이야기로 시간 가는줄 모릅니다. 백야현상이 두드러진 북극권의 알라스카 새벽 한시나 되어서야 바깥이 어둑해지려하니 그제사 시각을 인지하고 잠자리로 듭니다.    앵커리지에서 네시간 거리에 있는 알라스카 최고의 국립공원 데날리로 향합니다.알래스카 주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북서부 끝자락에 캐나다를 건너 뛴 미국의 역외주로 어원은  "Alyeshka, 섬이 아닌 땅"인데 미국의 51개주 중에서 면적이 가장 큽니다. 원주민은 전체인구의 7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잔존하고 있어 그들의 문화와 풍습이 생활 속에 베어있는데 주의 상징으로 여기며 자부심을 가지고 사나봅니다. 1741년 베링 해협이라는 아시아와 미주 사이의 북해 이름을 탄생시킨 덴마크의 탐험가 비투스 조나센 베링이 이 곳을 발견한 후 러시아 제국의 영토로 편입 되었다가 불모의 인간이 살수 없는 황무지라고 여긴 1867년 미국이 단돈 7백 만불에 사들였지요. 지질학적으로 북태평양 화산대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며 지형학적으로 알래스카 산맥에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매킨리산(데날리)이 있으며 화산활동이 빈번하고 곳곳에 퍼져있는 드넓은 빙하지역 때문에 대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넓은 지역에 걸쳐 펼쳐져 있는 지리적인 조건과 지형적인 기복 때문에 기후가 매우 다양하니 트레킹을 계획하며 항상 동계용 방한 준비물도 갖추어야 하겠죠.  와실라. 윌로우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도시를 지나면서 인가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노랗게 마지막 색을 발하는 가로수 너머로 강과 호수와 늪지대가 뒤섞여 넓은 벌판을 채우고 그 뒤로 높고 낮은 산들이 뒤엉켜 산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준마의 무리가 줄지어 달리듯 용들이 승천을 위해 낮은 비상을 하듯 그 위용이 대단합니다. 북미 최고봉 맥킨리(데날리) 피크를 호위하는 두봉우리를 위시해 장대하게 어어지는 설봉들의 질주가 가히 장관입니다. 구름 안개에 가려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내보이지는 않으나 그것이 오히려 상상까지 보탤수 있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데날리 까지 한시간 정도 남았다는 네비게이션의 알림 지점에 남쪽 전망대가 마련되어 정차를 하고 조망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시야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장쾌하게 이어지는 산맥의 흐름을 바라보는 우리는 맥박이 빨라지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저 품속에서 저 데날리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함께 걷게 될 꿈이 아닌 현실. 달리는 차의 속도가 점점 탄력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내 정차하고 또 멈추고 하게 되는데 휘어지는 길 마다 펴놓는 수려한 풍경 때문에 사진을 찍어대느라.. 데날리의 관문격인 캔트윌에서 주유하며 산군을 바라보니 어느덧 석양이 지고 데날리는 잠을 청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느 황혼풍경과 다를바 없겠지만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이미 그에게 빼았겼기에 또 다른 감흥으로 전해옵니다.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감동을 전해올까 무척 기대가 되는 밤. 캠핑카 내 잠자리의 불편함도 전혀 모르고 꿀맛같은 잠에 빠져든답니다.  알래스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 중 하나인 디날리 국립공원은 6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넓이로 우리나라 서울시의 40배라 하니 그 광대함이 상상이 될런지. 온갖 원시의 야생을 간직하고 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또한 광활하게 펼쳐진 특이한 툰드라 지역, 여름이면 야생화의 향연이 펼쳐지는 초원지대, 영혼마저도 세척할 수 있을 것 같은 맑디맑은 호수, 장쾌하게 흐르는 빙하 녹은 강물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야생생물을 수시로 경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자연공원입니다. 이 중심에 우뚝 선 북미 최고봉 메킨리 피크. 그로부터 사방으로 펼쳐나가는 준봉들과 빙하들이 장관을 이루는데 높이가 6천을 넘깁니다. 1913년에 영국과 미국의 등반대에 의해 정상을 내어 주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히말라야 최고봉에 올랐던 산악인 고상돈님이 시도해 영원히 그곳에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한데 이제는 그 명칭이 디날리 산이라고 공식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2015년 8월 오바마 대통령이 알래스카 원주민의 오랜 청원을 받아들여 이루어졌지만 매킨리는 봉우리 발견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는데 이 양반의 출신지인 시골 오하이오 주민들의 맥킨리 고수라는 또 다른 항의로 불편한 시간들이 지속되었는데 이제는 '높은 곳' 이란 뜻을 가진 알래스카 원주민 말로 되돌리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런 지역 감정이랄까 지역 이기주의가 한몫을 하는가 봅니다.    그런 데날리 국립공원으로 들어가 배낭을 꾸려 산행을 시작합니다. 먼저 방문자 센터에서 출발 Taiga Trail을 택해 오솔길을 따라 가문비 나무들이 가득한 잘 닦여진 길을 걸어 공원도로를 건너 가면 개울물 위로 걸쳐놓은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오감을 열고 오르다 보니 산야초의 향긋한 내음부터 버섯 썩는 악취 까지 모두 어우러져 자연의 농익은 향취가 산에 가득합니다. 길은 점점 좁아지고 한 귀퉁이 돌 때 마다 돌탑들을 쌓아 놓았는데 우리도 돌 하나 올리면서 일정 동안의 안전 산행과 가슴 적시는 비경과의 조우를 기원합니다. 수목 한계선에 이르면 긴의자 하나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서 이어지는 정상가는 비탈진 길을 오르기 전에 잠시 쉬어가라 마련해둔 것입니다. 여기에 앉아서 보면 공원 입구 쪽의 명경들을 조망할 수 있고 또 내가 걸어온 인생길 되돌아 보듯이 오늘 걸어온 산길 추적해 볼수 있습니다. 길은 부드럽게 오르다 정점에 이를 때는 급격히 경사도가 심해지는 공원내 몇 안되는 비탈진 산길입니다. 또 거의 루프 형태인데 반해 이 길은 왕복 형태고 오름의 갈증이 해소 되지 않은 이들은 이 곳 전망대에서 계속 공식적으로 인가된 릿지를 따라 5백 미터를 더 올라 힐리산 정상까지 다녀올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바람이 광폭하여 사상자가 더러 생기는 위험한 길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욕심도 생기는 갈등이 순간 일어납니다만 빗방울이 드는 핑계도 없지 않으나 전망대에서만도 충분히 줄충한 풍경을 보았으니 잠시 정상주나 한잔하며 산수를 희롱하다 내려 가렵니다. 이렇게 네나나 강이 흐르는 들판과 산군들이 포진한 광막하고도 장대한 디날리의 풍광을 접하고 한시름 풀며 한 사발의 술잔을 기울이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몸에 붙은 모든 돌출물들을 나부끼게 하는 이 친밀한 바람에 맞서 허공 높이 잔을 들어 나를 아는 모든 이들과 함께 축배를 나눕니다. 우리 모두 모두 언제라도 행복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