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코르시카. GR2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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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시카의 찬연한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GR20의 종주길이 시작되는 Calenzana까지 20분간 차량이동합니다. 칼비 남동쪽에 위치한 이 작은마을은 올리브나무가 풍부한 지역에 조용히 앉아있는데 정식 트레일 헤드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요란한 선전문구가 난무합니다. 이미 이길 고유의 표식이 동네 어귀에서 부터 칠해져있고 카페나 레스토랑마다 자기네 업소에서부터 길이 시작된다고 허위광고를 해댑니다. 물론 출발 전 식사를 하거나 한잔 축배 혹은 음주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겠지만 속보이는 상술이 차라리 귀엽기만 합니다. 여차하면 택시불러 해결하라고 영업용 콜을 광고하는 스티커도 안내 게시판에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좁은 곡목길을 들어서면 온통 돌입니다. 바닥도 건물도 담도. 산에서 나는 그 무한한 돌이 이섬에서 돌문화를 낳았고 현대식 건물이야 시멘트 콘크리트를 섞지만 오래된 건물은 모두 견고하고 육중한 돌로 고층까지도 축성했으니 저마다 작은 성같습니다. 마을이 끝날 즈음 나그네들이 물을 채워 갈수 있도록 또한 돌로 지은 쉼터에 정갈한 음용수가 흐르고 있어 한잔 들이키고 물을 채워 출발합니다. 숲그늘이 지고 시내가 흐르며 이끼낀 돌담이 습한 냉기를 뿜어내어 자켓을 꺼내입고 난리입니다. 이내 오름길을 만나고 벗게 될것을… 아니벌써 아침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많은 동네 사람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오트 아스코(Haut Asco)를 넘어 궁극적 목표인 최고봉 몬테 신토(Monte Cinto)를 향한 도전의 길을 좁혀갑니다.  Bonifatu를 지나서 Haut Asso까지 트레킹이 시작되는데 우선 Carrozzu에 이르는 이 구간은 코르시카섬에 산재해 있는 전형적인 작은 산골마을의 놀라운 전망을 볼수 있습니다. 3,4십호 규모의 오래된 작은 마을은 본토와 마찬가지로 마을마다 성당이 높이 지어져 있고 카페나 선술집이 하나 둘씩 있어 여행자들을 유혹합니다. 갓구워낸 따스한 크로아상에 커피 한잔하며 나그네의 시름을 달래보는데 못하는지 아니면 자존심에 안배우는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주민들과의 대화는 거의 불가능한데 차림표가 없어 구두로 주문하다 보니 소통이 되지않아 아주 엉뚱한 음식이 나오기 다반사입니다. 어린 딸과 함께 젊은 아낙이 카페 옆 작은 광장같은 곳에 트럭을 세워놓고 귤을 팔고 있습니다. 5kg 정도 되어보이는 양을 그물망 포대에 넣어 10유로에 하나 사서 먹는데 가지에서 방금 따온 싱싱한 즙이 약간은 신맛이 있으면서도 달콤해 허겁지겁 몇개씩 까먹습니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연안 지역에서 나는 과일은 귤과 오렌지. 레몬. 라임 같은 탱자과가 번성하고 지천으로 자생하고 또 농장으로 키우는 올리브가 대표적인데 감도 제법 많이 생산됩니다. 우리네 연시같은 엄청 큰 감을 보고 익어야 먹을수 있다는 통념아래 떫을 것 같아 엄두도 못내다가 우연히 베어먹어 보고는 그 단맛에 그만 그 이후로는 마니아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렌지는 얼마나 흔하길래 일반 수퍼에서도 착즙기가 함께 설비되어있어 천연쥬스로 일용할수 있게 할 정도로 대중화 및 보편화가 되어 있는데 당도도 높고 맛이 정말 좋습니다.  이처럼 아기자기한 전통마을과 더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는 코르시카 지역의 특산품으로는 훈제햄인 코파(Coppa)와 프리수튀(Prisuttu), 밤 가루인 폴렌타(Polenta), 염소치즈와 지중해 와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갖고 걸음을 이어가는데 GR20의 길위에서 발아래 펼쳐지는 코르시카해안의 멋진 풍경을 즐길수 있습니다. 오늘은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 중 한 구간을 걷게되지만 풍경은 이에 대한 충분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폭포위에 매달려있는 유명한 길이 30미터의 줄 다리에서는 사진찍기 안성맞춤인 곳이라 잠시 지체하고 이 후 Muvrella계곡에 도착하는데 중간중간 넘는 고개마다 다양한 풍경을 제공합니다. 무척 짧아진 10월말의 해는 이미 서산으로 넘어간지 오래고 Haut Asco에 도착할 때는 어느새 땅거미가 스며 들 때입니다. 인심좋고 상냥스런 노부부가 운영하는 숙소에 들었는데 작고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매우 아끼는듯 조심스럽게 손에 쥐어주는 몇봉의 티백이 그랬지만 큰 선물은 풍경이었습니다. 매층마다 심지어 일층까지도 조망권을 뺏기지 않고 저 장대한 산군을 바라보며 지낼수 있었습니다. 가파른 비탈진 곳에 집을 지으려니 집터를 잡고 벼랑을 깎아 3,4층의 건물을 지었는데 길은 집 꼭데기로 나있고 주차도 그곳에다 하니 식당도 출입구도 옥상인 셈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매층마다 훤하게 시야가 터져서 짙게 익어가는 코르시카 산촌의 가을을 마음껏 음미하며 와인 한잔에 치즈 안주로 색깔있는 황혼을 맞이합니다.